나는 국악단을 인솔하여 일본 중소도시에서 7번의 공연을 하였다.
40여 명의 국악단을 이끌고 공연을 준비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모든 단원의 호흡을 하나로 맞추는 일입니다.

관현악단, 사물놀이, 무용, 소리꾼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자가 함께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연주뿐만 아니라 입·퇴장 동선, 악기 교체, 조명과 음향 타이밍까지 모두 정확하게 맞아야 합니다.
작은 실수 하나도 공연의 흐름을 끊을 수 있어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하며 리허설을 진행해야 했고,
단원 모두가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공연 당일에는 리허설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연장 음향과 조명, 무대 환경은
한국의 공연장과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다시 점검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여기에 악기 상태, 공연 순서, 단원들의 컨디션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하며,
특히 해외 공연에서는 언어와 공연장 시스템의 차이까지 극복해야 하는 부담이 더해집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부르는 용어가 서로 달라 멀리 있는 조명, 마이크, 음향 설비와 각종 설비등을 가리키는데
한참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관객들의 관람 태도입니다.
1. 한국은 공연을 함께 만드는 '참여형 문화'
한국 공연장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국악 공연의 추임새입니다.
판소리나 민요 공연에서는 "얼씨구!", "좋다!", "잘한다!"와 같은 추임새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러한 반응은 공연을 방해하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연주자에게 힘을 실어 주고
공연의 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문화는 현대 공연에서도 이어집니다. K-팝 콘서트에서는 응원봉을 흔들고,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정해진 응원 구호를 외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공연자는 관객의 반응을 보며 더욱 열정적으로 무대를 이어가고,
관객 역시 공연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참여합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에서는 공연 중에는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막이 내린 뒤에는 큰 환호와 박수, 기립박수로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문화도 활발합니다.
이처럼 한국 공연의 핵심은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하나의 무대를 완성한다는 데 있습니다.
2. 일본은 공연자의 무대를 존중하는 '관람형 문화'
일본 공연장은 한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은 놀랄 만큼 조용해집니다. 휴대전화는 진동 모드로 전환하고,
사진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은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엄격히 제한됩니다.
공연 중 대화를 나누거나 불필요한 소리를 내는 행동도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악 공연과 비슷한 전통예술 공연이나 클래식 공연에서는 연주자의 호흡과 악기의 미세한 울림까지
집중해서 감상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관객들은 공연 중 감정 표현보다는 연주가 끝난 뒤 큰 박수와 기립박수로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이처럼 일본 공연 문화는 관객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공연자가 준비한 무대를 온전히 감상하고 존중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3.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데
한국에서는 관객의 환호와 추임새가 공연의 열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며,
공연자는 관객의 반응 속에서 더욱 큰 에너지를 얻습니다.
즉, 한국은 함께 호흡하며 공연을 완성하는 문화인데
일본 관객들은 너무나 조용해서 처음에는 우리의 공연이 재미나 흥미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소리꾼들은 추임새가 있어야 신명이 나고 장시간 공연을 이끌어갈 수 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없으니 단원들도 웬지 신명이 나질 않는 분위기여서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공연장에서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단순한 예절의 차이가 아니라 공연을 즐기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참여형 문화가 발달했고,
일본은 공연자의 표현을 끝까지 존중하며 감상하는 관람형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어느 문화가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뜨거운 열정과 생동감이 넘치는 공연장을
매일 느끼던 우리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연이 열리는 나라와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예절을 지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밀려오는 허탈함은 우리가 견뎌내야 하는 일입니다.